러시아의 약점
블라디미르 푸틴
"무엇보다도 우리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가"
블라디미르 푸틴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합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2005년 러시아 연방
국회 연설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소련의 붕괴가 지정학적 재앙이라는 것은
소련이 가진 지정학적 영향력이 무너지며
러시아뿐 아니라 이웃 국가들까지
재앙을 불러일으켰고
나아가 세계 패권 균형을 무너뜨린
20세기 최대의 사건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소련, 곧 러시아의 지정학적
재앙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러시아는 동유럽 대평원 한가운데에서
태생한 국가이다.
땅이 평탄하고 비옥하여 농사짓기 좋고
사람들이 모여살기 좋아
옛부터 수 많은 민족들이 거쳐가며
역사를 썼던 무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데 동유럽 대평원은
평야가 탁 트인 지형이라
침략자로부터 이곳을 방어해줄
자연 방벽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평균적으로
33년에 1번씩 전쟁을 치루어야했는데
러시아를 향한 외부 침략의 방향은
두갈래 방향으로 나뉘었다.
한 방향은 남동부 지역의
초원지대이고
다른 방향은 북유럽
평원지대이다.
남동부 초원지대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완충지대로
고대부터 흉노, 스키타이, 몽골 등 한가닥하는
유목민족이 지나다니며 이곳을 쓸어갔다.
예를 들어 1240년에
몽골 제국의 침략으로
이곳에 있던 러시아의 시조 국가인
키예프 루스가 멸망당하기도 하였다.
다른 한 방향은 북유럽 평원지대인데
이곳은 유럽의 서방 세력이 강성할 때마다
동쪽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하였다.
1242년 튜튼 기사단의 침입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하였고
1654년 폴란드-리투아니아와 전쟁하여
우크라이나가 전쟁터로 쑥대밭이 되기도 하였다.
1709년에는 스웨덴 제국과 대북방 전쟁을
치루며 영토가 초토화 됨과 동시에
1812년에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정복에 나섰으며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해
2000만 명이 죽고 죽이는 전쟁을 치뤄야했다.
이렇듯 두갈래 루트를 통해 러시아를 둘러싼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의 반복,
이를 이겨내야했던 러시아에게는
치명적인 지정학적 약점이 있는 것이다.
바로 자연적 방어벽의 부재.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는
한가지 선택을 해야했다.
자연적 방어벽이 없다면 자연적 방어벽이
있는 곳까지 정복하는 선택이었고
그렇게 러시아는 끊임없는 정복과 팽창으로
땅을 넓혀서 인공적으로 방어벽을 길게 넓혀
오늘날에 세계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러시아 방어에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정복에 실패한 이유나
히틀러가 러시아 정복을 실패한 이유는
상상이상으로 긴 러시아의 겨울과
죽음을 부르는 혹독한 추위,
그리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엄청나게 큰
러시아의 땅덩어리 때문이었다.
러시아 땅을 점령해 갈수록, 러시아 땅에
더 깊숙히 전진해 갈수록
보급선은 길어지고 정복할 곳은
더욱 많아지며 침략자들을 지치게 하였고
긴 겨울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되는 순간
러시아가 반격을 개시해 침략자를 쓰러트렸다.
이러한 역사의 반복은 러시아에게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한다는 교훈을 주었고
러시아
"팽창만이 살 길이다"
러시아의 팽창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숙명적인 전략이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소련이 들어서며 최전성기를
맞이해 엄청난 영토를 가져가며
러시아의 핵심인 모스크바를 비롯한
서부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동유럽을 대거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시켜
인공 방어벽으로 삼았고
엄청난 영토로 강성한 서유럽 세력을
막아서며 초강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던 1991년, 조금씩 저물어가던
소련이 해체되었다.
러시아의 재앙
1991년 미국과 쌍벽을 이루며
냉전을 이끌던 소련이 해체되었다.
소련이라는 이름아래 뭉쳐있던
구성국들은 15개 국가로 쪼개졌으며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소련 시절
영토의 76%로 국토가 줄어들었다.
소련 해체로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여
1990년 6894$에 이르던 소련의 GNP는
1992년 러시아 GNP 기준 576$로 폭락하며
국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소련이 해체한 자리에 남은 독립국들은
극단적인 인종주의자와 이념주의자가 득세하여
국가를 혼란으로 밀어넣고 내전을 일으키며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였다.
전세계 생산량의 30%에 이르는 엄청난
중공업 생산은 모두 붕괴하였고
무상 의료, 무상 주거 서비스가 사라지며
소련 인민들의 삶이 무너지면서
평균 수명이 10세나 낮아지는 현대 국가에서
유례없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렇게 소련의 모든 짐을 청산해야했던
유일한 계승국인 러시아에게 남은 것은
막대한 빚, 파탄난 민생, 망가진 경제기반을
비롯한 재앙 덩어리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재앙은 바로
러시아의 안보 리스크였다.
소련 시절 모스크바와 서부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동유럽 국가들을 위성국화 하여
전략적 방어선을 극단적으로 길게 만든
인공 방어벽을 세웠지만
소련 해체로 동유럽 국가들이 모두
떨어져 나오며
모스크바와 서부 러시아가 그대로 노출되는
최악의 안보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동유럽이 떨어져 나온거가 왜
러시아 안보 리스크로 연결되는 것임?"
러시아의 지리적 특성을 바라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772년 러시아는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와
함께 폴라드를 분할 점령하였다.
(1차 폴란드 분할)
이 중 러시아는 폴란드 분할에 매우
고무되어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폴란드를 얻음으로써 러시아의 숙원이었던
자연 방어벽을 손에 넣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폴란드 아래에는 카르파티아 산맥이라는
말발굽 모양의 큰 산맥이 자리잡고있다.
카르파티아 산맥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쭉 올라가 발트해까지 가면
직선거리로는 약 480km에 불과한
좁은 평야지대가 펼쳐지고
남쪽으로 몰도바를 끼고 흑해까지 나가면
직선거리로 120km에 불과한다.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기만 하면
그 후로는 큰 산맥이나 장애물 하나없이
깔대기 모양으로 광활한 동유럽 평원지대가
트이면서 서부 러시아로 직결되는데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으로
만일 유럽 세력중 어느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어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기만 하면
그대로 서부 러시아를 초토화 시키며
모스크바로 직결할테니 말이다.
1812년 프랑스 나폴레옹이
그러했고
1941년 나치 독일 히틀러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카르파티아 산맥을 기점으로
직선거리 평야지대만 지키고 있는다면
위 아래로 방어선이 매우 짧아지고
그만큼 러시아 방어가 훨씬 쉬워지게 되는데
반대로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는 순간
러시아의 방어선은 극단적으로 길어지며
도대체 어디를 지키고 어디를 버려야할지
감이 안잡힐 정도로 답이 없어진다.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으면 공격이
방어보다 쉬워지고
카르파티아 산맥을 지키면 방어가
공격보다 쉬워진다.
카르파티아 산맥 방어선 뿐 아니라
러시아는 1813년,
아제르 바이잔을 합병하여 캅카스 산맥
방어선도 구축하였다.
캅카스 산맥은 흑해와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듯한 거대한 산맥으로
마치 중동-아프리카 지역과 러시아를
완전히 분리하는 듯한 형세이다.
러시아는 캅카스 산맥 방어선을 확보하여
남쪽에서 넘어오는 러시아의 적들을 차단하고
이를 통해 발트해에서 카스피해에 이르는
거대한 방어선을 드디어 완성시킨 것이다.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면 알수 있듯이 현대에 와서도
인류의 기술력으로 자연적 한계를 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러시아는 카르파티아 산맥과
캅카스 산맥을 자연 방어벽으로 삼아
전략적 방어선을 최소화하고 러시아의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 하여
러시아는 카르파티아-캅카스
방어선에 안보의 사활을 걸은 것이다.
이 방어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러시아 제국이 멸망하고도
소련이 그대로 이어가며 수 백년 동안
러시아 안보의 최전선을 맡았다.
그러나 이렇게 러시아가 수 백년동안 공들인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리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소련의 해체이다.
소련의 해체로 동유럽 국가들, 특히
폴란드가 독립하게 되면서
러시아의 국토가 줄어들고 카르파티아 산맥
방어선을 상실함과 동시에
캅카스 산맥 방어선은 간신히 지켜냈지만
체첸 내전에 휘말려 엄청난 피를 쏟았다.
게다가 사실상 러시아의 적으로 간주되는
유럽 국가들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며
경제 협력체인 EU(유럽 연합)를
확장하고
군사 협력체인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지속시키며 러시아를 압박중인데
러시아는 소련 해체후 국가 파산 직전까지
몰리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앞서 푸틴이 말한 소련의 해체가
지정학적 재앙이라는 말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군사적, 안보적
기로에 서있는 재앙인 것이다.
러시아의 전략
러시아 안보 전략의 기본은 모스크바와
최대한 떨어진 자연 방어벽을 확보하여
이를 기점으로 전략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안보 전략이다.
그리하여 20세기 소련 시절 서쪽으로는
폴란드와 카르파티아 산맥을 확보했고
동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엄청난
시베리아 평원을 확보하였으며
북쪽으로는 북극해까지 진출하여
그 이상을 넘볼수 없게 하였고
남쪽으로는 캅카스 산맥을 확보하고
몽골과 중국을 포섭하여
적들이 당장 소련을 넘볼 수없게
엄청난 방어선을 구축해
가히 미국을 대적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소련의 해체로 폴란드가
나가 떨어지면서
카르파티아 산맥 방어선을 상실해
러시아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하필 그곳은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사이가 더럽게 안 좋으면서
수 백년동안 대립해온 공공의 적이자
늘 가상의 적으로 규정되온 유럽이 있었다.
러시아에 생긴 이러한 안보 공백은
러시아로 하여금 큰 위기감을 느끼게 하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러시아는
서쪽으로 전진하며
숙명적인 러시아의 팽창 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팽창은 당연하게도 주변국들을
자극하며 또다른 위기감을 심어주는데
바로 여기서 러시아의
안보 딜레마가 발생한다.
러시아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 방어벽이 있는 곳까지 끝없이
팽창하며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러시아의 팽창은 주변국과 경쟁국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비춰지며
지속적인 마찰이 발생함과 동시에
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천문학적인 군사적, 외교적 비용이
소실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러시아의 행보는
남을 해치는 해악이 될 수 있으며
각 나라의 안보를 걸어놓고 시작된
창과 방패의 대결은 끝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러시아는
평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달콤한 말보다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자신을 지켜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게 되고
러시아의 이익을 극대회해줄 수 있는
약속을 불어넣어 주면서
잘나가던 러시아의 영광을 기억하고
옛 소련의 정체성을 찾아줄 이를 찾게되는데
그가 바로 러시아의 대통령이자
러시아를 20년간 철권 통치하면서
소련의 비밀 첩보 기관 KGB의 전 요원인
강한 러시아의 상징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새로운 차르(황제)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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