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생수 이야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에비앙과 페리에)
난 이 물만 마셔
고급 호텔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보자.
라벨부터 고급스러운 부티가 팍팍나는
예쁜 병이 한자리 차지하고있다.

마치 바깥 세상에 있는
그렇고 그런 물들과
자기는 비교불가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물 한잔 먹기엔 과분할 정도로
너무 고급스럽다.

왜 고급 호텔은 굳이 비싼 생수를
냉장고마다 채워줄까?
슈퍼스타 마돈나가 고급 생수 에비앙으로
욕조를 채워달라 요구한 뉴스가 들리자

왜 사람들은 역시 마돈나 라면서
치켜세워주는 것일까?
미국의 슈퍼 모델 킴 베이싱어가 에비앙으로
머리를 감는다는 소식과

패리스 힐튼 강아지가 마시는 물이
한 병에 4만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왜 사람들은 열광하며 그 모습을
부러워하는 것일까?
왜 한번쯤은 에비앙이나
페리에의 빈 병을 버리지 않고
일반 정수기 물을 채워 먹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일까?
하와이 해양 610m 아래 심층수에서
염분만 제거한 '코나 니가리 워터'는

한 병에 46만원에 팔리며 그 가치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
이탈리아 광천수에서 물을 추출할 때
순금 정제 필터를 사용한다는
'엑소시아 골드'는 1L당 무려 275만원이라는
경이로운 몸값을 자랑한다.

보석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다.
순전히 사람이 먹는 생수 그 자체 가격이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다.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물을 돈주고
사게 만든 생수 프리미엄의 이야기는
어떻게 왜 만들어졌을까?
내가 원조 프리미엄, 에비앙
레만 호수를 끼고 스위스를 바라보고 있는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1789년, 신장결석때문에 이 지역에 휴양차 온
마르퀴스 드 레세르 후작이
이 마을의 영롱한 광천수에 빠져
마을의 샘물을 퍼다 마셨다

그렇게 3개월간 꾸준히 광천수를 마셨더니
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면서

"오오!!"
거짓말처럼 후작이 앓던
신장결석이 치료되었다.

"오오오옷!!"
르세르 후작은 이 물을
기적의 물이라고 소개하면서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의사들이 이 마을의 물을
질병 치료제로 사용하러 몰려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고해”
1826년부터 마을이 귀족 부자들의
휴양지로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호텔, 리조트, 병원, 휴양 시설 등이
마구 지어졌으며

1864년,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3세는
황후가 이 마을의 물을 매일 마신다하여
이 마을에 친히 칭호를 하사하였으니
바로 '에비앙'의 탄생이었다.

18세기 무렵, 유럽 귀족들에게
한창 유행이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온천 여행이었다.
당시 귀족들은 온천의 따뜻한 물과
영롱한 색에 매료되어
온천에서 몸을 담그고
푹 쉬고나면
피부병이나 신장결석 등 온갖 나쁜 병을
치료해준다고 믿었다.

유럽 귀족
"물에 한번 담그니까 뜨끈한게"

유럽 귀족
"온 몸에 나쁜 것들이 녹아 없어짐"
하지만 그렇다고 온천이 있는 지역에
백년만년 눌러 살수는 없는 노릇이라
온천에서 목욕하는 것도 모자라
온천물을 가져와 퍼마시기까지하였다.

“키야”
1826년부터 에비앙은 온천붐에 힘입어
알프스 산지의 온천수를 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온천수를 고급스러운
도자기에 담아 판매하였다.


"왜 유리병이 아니라 도자기에
담아 파는거임?"

"당시 유리병은 장인들이 가공한 유리에
직접 숨을 불어 모양을 잡는 방식이라"

"생산하기 어렵고 고급 노동력이 들어가
가격이 매우 비쌌거든"

"하지만 유리가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19세기에도"

"에비앙은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도자기 병을 썼어"
에비앙은 건강한 고급 온천수라는
타이틀답게
주 고객은 돈 많은 귀족들이었고
당연히 판매량은 아주 적었다.

그런데 19세기에 들어서자 유럽의
온천 붐이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나마 팔리던 에비앙조차
밥줄이 끊기고 있다는 말이었고
에비앙은 유행따라 힘없이 저무는 것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내가 대세, 페리에
프랑스 남부 지역 아비뇽 옆에
베르게즈라는 마을이 있었다.
베르게즈는 예로부터 천연 탄산수가
나오는 온천으로 유명했는데

18세기 유럽을 휘몰아치던 유행이 있었으니
바로 온천 여행이었다.

베르게즈는 가만히 있어도 온천이
펑펑 쏟아지는 돈벼락을 맞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않고 1898년,
베르게즈의 의사였던

'루이 페리에'가 온천을 사들여
온천 스파를 운영했다.

루이 페리에
"이건 대박감이야"
루이 페리에는 수치 의료법에도
관심이 많아 물의 속성을 연구하고
지역에서 나오는 탄산수를 미네랄과
탄산 분리 공정을 도입하며

단순한 물을 넘어선 현대화된
상품체계로 발전시켰다.
동시에 루이 페리에는 베르게즈에서 나는
온천 탄산수를 담아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나름 지역 명물이 되어 베르게즈에서
알아주는 작은 사업이 되었다.
그런데 베르게즈의 온천 탄산수를 보고
첫 눈에 매료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윌리엄 세인트 존 햄스워스,
영국 신문사의 거물이었다.
햄스워스는 자신의 병을 치료할겸
프랑스어를 배우기위해 잠깐 들렀다가
베르게즈의 온천 탄산수를
맛보고는 첫눈에 반했다.

존 햄스워스
"야 이거 우리 영국 물맛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존 햄스워스
"훨씬 가볍고 청량한데 고소한 맛까지"

존 햄스워스
"이거 욕심난다"
그래서 햄스워스는 가지고있던
신문사의 지분을 전부 다 팔고
루이 페리에의 온천을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온천을 전부 폐쇄해버렸다.

"엥?"
햄스워스는 본인이 온천을
사들인 시점부터
온천 여행은 이미 유행이
지났다고보았다.
그래서 어차피 끝물인
온천은 폐쇄하고

탄산수 생산에만
전념하도록 한 것인데
이때 생산된 탄산수의 이름에
루이 페리에 박사의 이름을 따

바로 '페리에'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즐겨하던 곤봉 운동의
인디언 클럽을 본따서

페리에의 병을 디자인했고 오늘날의
페리에 병모양이 완성되었다.

페리에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페리에는 영국과 남부 프랑스 등지의
호텔에 팔려나갔는데
특히 영국에서 당시 유행하던
프랑스풍과 겹치며 빅히트를 쳤다.

영국 사람
"프랑스에서 건너온 물이래!"

영국 사람
"이 아름다운 병 모양을 봐"
페리에의 우아한 물방울같은 병모양은
영국 신사들의 눈에 확 띄었고
심지어 영국 왕실의 버킹엄 궁전의
공식 생수로 인정받자

부자들 사이에서 말 그대로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햄스워스의 안목이 빛을
보게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1933년, 윌리엄 햄스워스가
사망하였다.
그리고 6년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페리에의 생산 시설은 모두 폐쇄되었으며
날이 갈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전쟁 통에 누가 돈주고 비싼 물을 사먹음?"
게다가 햄스워스의 형제들은 돈도 안되는
이 사업에 별 관심이 없었다.
형제들은 페리에 사업을 모두 처분하려고
'귀스타브 르벤' 이라는 주식 중개인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페리에 매각을
진행하게하였다.
그런데 르벤은 페리에의 가능성을
보고 눈이 반짝였다.
마치 햄스워스가 처음 페리에를
접한 것처럼 말이다.
르벤은 주저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모아
1946년, 페리에를 직접 인수해버렸다.

귀스타브 르벤
"페리에 넌 내거야"
르벤은 페리에 생산 현대화에
모든 것을 투자했다.
페리에 탄산수의 위생과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 라인을 최신화하였다.

그리고 페리에가 가진 미네랄 성분의
효과를 확실하게 부각시키고
페리에의 고급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붙잡는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미네랄 워터계의 샴페인'.
바로 르벤이 주도한
페리에의 역작이었다.
페리에 마케팅은 제대로 먹혔고
사람들은 열광하였다.

페리에를 인수한 첫해에만
천만 병이 팔렸는데
6년 후에는 무려 1억 5천만 병이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1960년에는 생수 업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그야말로 페리에 시대를 알렸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1977년 페리에는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페리에
"유럽에서 온 프리미엄 물이 나갑니다"
그런데 이 미국 시장은 유럽 시장처럼
말랑한 시장이 아니었다,

페리에
"윙?"
20세기에 들어 미국은 상수도 개선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는데

때문에 미국인들은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는 수준이었다.

이게 왜 문제나면 반대로 생각해
유럽에서 생수가 왜 팔렸는지 알면된다.
유럽에서 생수가 팔렸던 이유는
유럽의 물이
기본적으로 석회질이
섞인 물이라서 그랬다.

석회질은 좋게 말하면 미네랄이지만
그냥 까놓고 말하자면
그냥 돌(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은
이상한 물이다.

석회가 섞인 물은
일단 건강에 안좋다.
배탈이나 장염을 유발하고 석회가
몸에 쌓여 굳어버리기도 하는데
심지어 맛도 비릿하고 역하다.

유럽인
"우욱 씹"
이놈을 끓이면 주전자에 석회가 싹
달라붙는 기괴한 현상이 일어나질 않나

여과해서 먹자니 역 삼투압 방식으로
정수를 거쳐야하는
물 한번 마시기 참 짜증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고대부터 포도주를 마시고
맥주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고대부터 이 석회가 섞인 이상한 물을
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는 축복을 누리고 있으니

돈주고 사먹는 생수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미국으로 진출한
페리에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페리에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광고와 마케팅이었다.

그러다 영화 '시민 케인'을 제작한 감독이자
배우인 '오손 웰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화 시민 케인은 여러 배우의 표정을
한번에 깔끔하게 담아내는 딥포커스 방식과

배우들의 말투나 행동을
장면 전환없이도 관객들이
몰입하게 만드는 롱테이크 방식을
도입하는 혁신을 통해

깐깐한 프랑스 평론가로부터 당대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것을 만든 오손 웰스를 페리에가
오직 TV 광고를 위해 고용한 것이었다.

광고비만 2200만 달러.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페리에는
파격적인 TV 광고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TV 광고의 내용은 이러했다.
페리에의 우아한 초록색 병에서
흘러나오는 영롱한 탄산수,

그리고 들리는 고급스러운
프랑스 발음 "페리에 Ferrie".

그리고 탄생한 페리에의 카피라이터

'품격있고 멋진 사람들을 위해 유럽에서 온
성인들을 위한 무알콜 음료'
대히트였다.
게다가 페리에가 적극적으로
스포츠 후원까지 나서면서

페리에는 건강을 지키는 힙한 사람들이 마시는 물!
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페리에의 주 광고 타켓은 20대가 된
미국의 베이비 붐세대였다.


"2차 대전 직후 풍족했던 1946년에
미국 출산률이 최고를 찍었는데"

"이때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라고 해"
이들에게서는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 어느 세대보다 지위의 욕망이나
명예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페리에는 이들의 심리를
반영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고

마치 물을 마신다는 사실보다 페리에 물을
사야한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미국 소비자들의 허영심을
제대로 저격하였다.

1976년 미국에 진출한 페리에는
300만 병이 팔렸는데
1979년이 되자 무려 2억 병이 팔리는
말도 안되는 히트를 보여주었다.
1980년대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생수
80%가 페리에일 정도였다
그리고 페리에의 기적은
에비앙의 기회였다.
고급 생수가 팔리는 이유
에비앙은 유럽에서 악재로
잠시 주춤하였지만
임산부를 타겟으로 한 건강하며 고급스럽고
안전한 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차츰 매출을 올리며 다시 유럽의
건강한 물로 회생하였다.
수유하는 엄마와 아기에게 필요한
건강한 미네랄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에비앙이 가진
마케팅 전략이었다.


"아기를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은
효과가 아주 강력하지"

"왜?"

"아기의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기를 위한
건강과 위생을 생각하게되는데"

"설령 가격이 비싸더라도 망설임없이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거든"

"단지 아기를 위한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야"

"아하"
하지만 에비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80년에 이르자 건강 이미지뿐 아니라

다시 고급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마케팅을 실시하였다.
마치 페리에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제 에비앙의 차례가 온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에비앙의 포스터.
알프스의 시원하고 탁트인 산맥과
순수하게 깨끗해보이는 하늘,

그리고 그 중심에 건강미 넘치는
미녀가 들고 있는 에비앙.

그리고 포스터 위에 쓰여진
세련된 타이포.

'당신이 마시는 물은 당신이 마시는
공기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명실상부 유럽의 공인된 프리미엄
생수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에비앙 이후로 수많은 생수 업체들은
에비앙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했어"

"높은 산, 맑은 하늘, 깨끗한 물..."

"생수 라벨 디자인이 다 비슷해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지"
2000년대에 들어선 에비앙이
내세운 슬로건은

'LIVE YOUNG''
에비앙이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약속하는 듯한 슬로건은

특히 할리우드 스타, 가수, 모델 같은
셀럽들에게 제대로 적중하였다.

이들을 따라 수 많은 사람들은 에비앙을
들고 다니게되며

건강과 프리미엄을 노린 에비앙의
마케팅은 아직도 흥행 중에 있다.

전 세계 탄산음료 시장은 약
4400억달러 규모이고

커피는 4300억 달러인데

생수 시장은 3060억 달러에 달하며
거의 비등한 지위를 지니고있다.

"생각보다 별 차이 안나네?"
그런데 탄산음료 시장은 점점
저물어 가는데에 반해
생수 시장은 건강 유행에 힘입어
전망이 오히려 더 좋다.

물을 돈주고 마신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었다.
고급 생수 마케팅은 사람들이 왜
물을 사먹는지 알려준다.
집에서 흔하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생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건강과 기능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지속한다.
물론 비싼 생수가 맛있어서 또는
특별한 맛이 나서
그 생수만 선호할 수 있지만 특정 생수에
대해서만 맹목적인 충성도가 나타나는 현상은

곧 고급 생수의 차별화와 그에따른
심리 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차별화를 통해 프리미엄을
추구하며 누구나 마실 수 없는,

마시면 특별해 지는 듯한 거짓말같은 마법을
부여해주면서 내면을 자극하는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깊은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다.

바로 허영심.
인간은 모두와 평범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특별해지고 싶어한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유명한 장인이 희귀하게 만든...
특별해지고 싶은, 나만의 것을 원할수록
명품의 가치는 비례해 커져간다.

샤넬이 그러했고,

스타벅스가 그러했다.
인간의 심리를 건드리고 그들을 자극해
원하는 환상을 만들어 주는 것.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기에
마케팅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것이다.
흔하디 흔한 물조차도 나는
특별한 것만 골라 마신다.
다른 사람은 구분하지 못하는 물 맛을
구분할 정도로 나는 예민하다.
셀럽들이 원하는 이미지와 조금이라도
젊게 살고싶은 욕망,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살면서 조금이라도
가치있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
그래서 물을 돈주고 사게 만든
고급 생수 마케팅에게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마케팅이라는
말을 감히 붙여본다.
우리는 환상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