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연대기 1 (마피아의 탄생+마피아는 어떻게 돈을 벌었나)
마피아의 탄생
이탈리아는 로마 제국이후 통일되지
못하고 도시별로 분열된 채 남아있었다.
밀라노
"이탈리아 통일?"
밀라노
"그럴바엔 프랑스랑 무역하는게
더 돈이 되는걸?"
피렌체
"이탈리아 통일?"
피렌체
"그럴바엔 은행에서 돈 굴리는게
훨씬 돈이 되는데?"
(메디치 가문이 이끄는 유럽 최고 은행이
피렌체에 있었다)
베네치아
"이탈리아 통일?"
베네치아
"요즘 지중해 무역이 얼마나 짭짤한데
그런 철없는 소리하는 거임?"
이처럼 주요 도시들부터 서로 경쟁하며
분열되어 있으니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었고
이탈리아는 툭하면 얻어터지는
돈 많은 샌드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494년 이탈리아 전쟁에서
프랑스에게 약탈당하고,
1508년 캉브레 동맹 전쟁에서
얻어터지더니
1526년 코냑 동맹 전쟁에서는
신성 로마 제국 군대가
아예 맘먹고 로마를 싸그리
약탈해 버려서
회복불능 수준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기도 하였다.
(사코 디 로마-로마 대약탈)
당시 신성 로마 제국 군대의 약탈, 방화,
살인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로마에 있었던 각 대사관에서는
상황을 이렇게 전하였다.
만토바 공국 대사관
"황제의 군대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약탈하고 있으며,"
만토바 공국 대사관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이고 있다."
만토바 공국 대사관
"굴러다니는 돌조차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배네치아 공국 대사관
"로마의 지금 모습과 비교할만 한 것은"
배네치아 공국 대사관
"지옥에도 없다."
이 후에도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스페인,
프랑스같은 강대국에게 침략당하며
자연스레 국가보다는 내 가문,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인식이 생겼고
믿을 것은 오직 가문과 가족에
한정하여 이방인을 배척하는
이탈리아 특유의 '대가족 문화'가
싹트기 시작하였다.
특히 오래 전부터 산업화가 진행되던
북부 이탈리아보다
농업위주였던 남부 이탈리아가
그 경향이 더 심했는데
남부 이탈리아의 외딴 섬 시칠리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칠리아는 옛부터 포도, 올리브, 레몬이
유명한 비옥한 땅이었고
남유럽하면 떠오르는 한적하고 따듯한
시골 그 자체인 곳 이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칠리아도 19세기의
급속한 자본주의 풍파를 피할 수 없었다.
이때 시칠리아에서 자본주의가 퍼진
방법이 사뭇 특이한데,
북부 이탈리아가 산업화를
기반으로 금융 자본을 쌓았다면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는 농업기반의
토지 자본을 축적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토지=돈이 되어
땅을 두고 대립하는 일이 발생했고
전통적인 대지주-자영농과의 관계는
이내 토지를 수탈하려는 대지주들과
이를 지키려는 자영농과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대지주
"오늘부터 소작료 200% 인상"
자영농
"아니 갑자기 그러면 저희는 뭐먹고
살라는 겁니까"
대지주
"돈없으면 땅 내놓고 나가시던지"
자영농
"..."
이런 일이 발생해도 지역 별로
갈라져 있던 이탈리아는
공권력과 행적력이 아주 약해서
지역의 대지주들이 왕인 셈이라
대지주들이 횡포를 부려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 외딴 섬인 시칠리아는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19세기까지 시칠리아 전체를
담당하는 경찰은 고작 350여명.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은
경찰이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땅을 차지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폭력과 살인이 자행되었고
이에 맞서 자영농들도 가족으로 뭉쳐
똑같이 지주들을 살해하며 복수하는
'벤데타(vendetta)'가 반복되며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벤데타(vendetta)'는 일반적인
복수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목숨바쳐 이뤄야하는 숙명적인
보복과 같은 살벌한 의미라
더 잔인하고 집요한 복수가
반복될 수 밖에 없었고
대가족 문화에 기반하여
대지주 가문 VS 자영농 가문으로
가족 단위로 대립하며 조직을
이루게 되었는데
"마피아 영화의 대표작 '대부'에서
조직을 '패밀리(family)'라고 부르는데"
"사회 혼란 속 대가족 문화가 결합된
피묻은 애칭이라고 볼 수 있지"
이것이 곧 마피아의 시초가 되어
'마피아'라는 이름을 따와 조직이 되었다.
마피아의 유래
마피아의 어원은 다양하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다음과 같다.
1282년, 당시 시칠리아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프랑스군은 부활절에 맞추어
시칠리아를 행군하기로 하였는데
술에 취한 프랑스군이 지나가는
시칠리아 유부녀를 희롱한 것이다.
이에 남편이 격분하여 프랑스 군인을
죽이고 말았는데
프랑스군
"감히 프랑스군을 건드려!"
프랑스군은 흥분하여
남편은 물론
행군을 구경온 군중들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의 지배에
저항하던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가 크게 분노하였고
교회에서 저녁에 종을 울리는
'만종'시간에 모두 모여
프랑스군과 맞써 싸울 것을 요구하며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시칠리아인
"이탈리아는 외친다, 프랑스에 죽음을!"
(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
이 사건을 '시칠리아 만종 사건'
이라고 하며
당시 외쳤던 구호의
앞글자를 따서
'MAFIA'라는 말이 만들어졌고
(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
시간이 흘러
마피아라는 단어를
조직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마피아들은 공권력이
약한 틈을 타서
도박, 밀수, 매춘과 같은 음지 사업에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법망을 피해 세력을
더 키우기위해서
지역 분쟁을 해결해주며
주민들에게 신뢰를 쌓고
주민들은 마피아의 도움을 받고
마피아의 부탁을 들어주는 등
자연스레 마피아와 청탁자의 관계가
맺어지게 되었는데
바로 '파트론(마피아)-클라이언트(청탁자)'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파트론-클라이언트
관계는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옛날부터 도시별로 분열되어 있던 이탈리아는
공권력과 행정력이 매우 약했다.
때문에 돈 많고 명예있는 유력자가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는데
상황이 이러니 성문법은 커녕
행정조차 유력자의 손에 처리되며
주먹구구식으로 기분에 따라, 친분에 따라,
인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공적인 법에 뭐라 적혀있든 당장의
친분과 인맥이 더 중요하고
법보다 주먹이 가까우니 그저 태평하게
주먹과 좋은 관계만 맺으면 그만이었다.
파트론-클라이언트 관계도 여기에서
기인한 관계망인 것이다.
"경찰도 못하는걸 마피아가
대신 다해주네?"
"말씀만 하시면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러다보니 법과 원칙은 더욱 무시되고
마피아는 점점 커져갈 수 있었다.
이런 관계가 지역의 정치가와
합해지자 문제는 더 심각해졌는데
이번에는 정치가가 파트론이 되고
마피아는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어
마피아가 행하는 불법적인 일을
정치가가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마피아는 정치가가 당선될 수 있도록
인력과 자금을 동원하기로 약속하며
부정선거와 검은 돈을 통해 서로의
권력을 거래하였다.
만약 정치인이 마피아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말하지 않아도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영화 대부 中)
아무리 민주주의 제도가 마련되어도
민주주의 선거 제도마저 망가져버려
부정부패를 악순환시키는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레몬이 키운 마피아
1753년, 영국 해군의 의사
제임스 린드는
괴혈병을 레몬과 오렌지로
예방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제임스 린드
"과일을 많이 먹는 선원들은
병에 잘 걸리지 않는군."
제임스 린드
"특히 오렌지와 레몬이 탁월하군!"
괴혈병이란 비타민 C 결핍으로 잇몸과
체내에 피가 나며 사망에 이르는 질병인데
당시 선원들의 해적보다 괴혈병을
더 무서워 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
린드의 발견은 이후 꾸준히 실험을 거치며
레몬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자
1795년, 영국 해군성은 괴혈병 예방을 위해
모든 해군에게 레몬 쥬스를 보급하였다.
제임스 린드
"내가 발견하고 42년이나 흘렀네"
영국 해군성
"ㅎㅎ ㅈㅅ;;"
영국 해군은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레몬 쥬스를 마셨는데
이것을 본 미국 해군은 처음에는
매우 비웃었다.
미국 해군
"Hey~limey"
(어이~라임 쥬스 아가씨)
하지만 이내 레몬이 괴혈병 예방에
탁월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랴부랴 미국은 엄청난 양의 레몬을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수입한 레몬의 원산지 대부분이 바로
마피아가 장악한 시칠리아였다.
1873년 미국으로 수출한 레몬 상자가
약 45만 4천 상자인데
1893년이 되자 미국에만
약 259만 5천 상자를 수출하며
총 생산량의 73%가 전부 수출되어
팔리는 엄청난 호황을 맞이하였다.
시칠리아 농가
"아따 살맛난다~"
게다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에서도 레몬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레몬을 재배하는 시칠리아
농가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과수원의 특성상 도둑이
칩입하기가 너무 쉬웠고
수출 상품을 다루다보니 관세나 기타 제도가
너무 많고 어렵다는 것이었다.
마피아는 바로 그점을
파고들었다.
시칠리아 농가
"저 망할 도둑놈들!
과수원을 나 혼자 지킬수도 없고"
시칠리아 농가
"그리고 이번에 무슨 허가를 받으라고
했는데 도통 뭔소리인지..."
마피아
"그 문제 제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마피아는 레몬 농가의 과수원을 지켜주고
생산-유통-수출까지의 전 과정을 봐주며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중간 차익으로
엄청난 돈도 챙겼다.
여기서 마피아는 또 하나의
신의 한 수를 둔다.
시칠리아는 토지 자본을 기반으로
자본주의가 도입되었는데
문제는 지구상의 토지는 각자 주인이 있고
땅덩어리는 유한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땅을 넓혀도 언제가는
한계에 닿는다는 것인데
마피아는 레몬 농사에 쓰이는 땅은
내버려두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윤을 취하며
자본을 쌓기 시작하였다. 즉,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토지와 달리 돈은 무한히 축적할 수 있으며
심지어 공공 문서도 필요없다.
공공 문서가 없으니 정부는 마피아 돈을
추적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레몬을 통해 토지에서 금융으로
자본을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마피아는
자금을 세탁하며 더 많은 돈을 쌓았고
이 돈은 부정부패, 불법 사업에 사용되어
고스란히 마피아의 덩치를
키우는데 쓰였다.
주민들을 보호해주고 공권력이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며
피해를 당하면 복수해주고 심지어
돈도 엄청나게 버는 마피아의 모습은
마치 협객처럼 멋진 남성 환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경찰에게 도난을 신고하면 사라진 물건을
회수한 사람은 10%에 불과했지만
"저번에 신고했던 도둑맞은 송아지
혹시 들어왔나요?"
경찰
"몰라 딴데가서 알아봐"
같은 일을 마피아에게 맡기면 95%가
물건을 되찾을 정도였으니
"저번에 신고했던 도둑맞은 송아지..."
마피아
"김씨 아저씨 목장에 잘 묶어놨으니
찾아가시면 됩니다"
"오"
주민들이 마피아를 신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도난 물건을 그대로 찾는게 아니라
다른 지역 물건을 강탈해 돌려주는 식이었음..."
가뜩이나 가난한 남부 지방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은
돈도 벌고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마피아에 가입하기도 하였다.
마피아의 시작은 모두의
선망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절대 규칙: 오메르타
마피아의 조직이 점점 커지자 조직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이 생겼다.
이 규율은 이유를 불문하고 반드시
지켜져야하는 절대 규칙이었으며
어길시에는 계급과 상관없이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불문율이었다.
예를 들어 조직 비밀을 지켜야하는
'오메르타(Omertà)'가 대표적이다.
오메르타란 절대 비밀을 지켜야하는
조직의 의무이자 곧 침묵이다.
마피아의 명예와 조직의 비밀을
침묵으로 지켜야하는 것이 오메르타인데
마피아를 배신하고 비밀을 누설해
오메르타를 깨뜨리는 사람에게는
벤데타와 피의 복수로 갚아주는
살벌한 규율이기도하다.
다시말해 내부 고발자와 배신자를 막고
이를 어길시 처단하는 규칙이다.
마피아의 시초가 가족단위와
동네에 한정한
믿을만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출발과 근간은 절대 믿음과
신뢰라고 함축할 수 있다.
때문에 조직의 피해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의 피해이므로
절대 믿음과 신뢰, 오메르타를 깨뜨리는 것은
가장 큰 죄악 그 자체로 여겼다.
오메르타를 어긴 자에게는 반드시
응징과 벤데타가 뒤따랐다.
배신한 조직원을 찾아가 벤데타를
지시한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서
"XXX님께서 안부를 전하십니다"
인사를 건넨뒤 권총이나 칼로
배신한 조직원을 죽였다.
조직원을 죽이지 못하면 그의
가족이라도 죽였다.
반면 오메르타를 끝까지 지킨 조직원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을 주었다.
"침묵의 계율인 오메르타를 지킨
조직원이 감옥에 들어가도"
"그의 가족은 조직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소설 대부 中)
이러한 오메르타는 마피아 조직원이 잡혀도
마피아 조직을 보호하는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으며 훗날 미국으로
건너간 미국 마피아도 오메르타를 따랐다.
때문에 사법당국과 마피아 전쟁 초기에는
오메르타로 인해 굉장히 난항을 겪었지만
증인 보호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지금에 접어들자
조금씩 규율이 무너지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안전을 위해 오메르타를 지키는
마피아와"
"그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와
사법당국 간의 전쟁이랄까"
마피아는 갈수록 견고해졌고
체계가 잡힌 조직으로 커져갔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조직 규모는 커지고
동네 깡패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대로만 가면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도
마피아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피아를 응징할 또 다른
시대가 들어서고 있었다.